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11월 셋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익명의 꿈 분석하기

2️⃣ 양극성 장애 진단의 어려움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꿈’은 아직 현대과학이 온전히 파헤치지 못한 미지의 분야이자 인간 무의식의 집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발생하는지 정확한 원리가 밝혀지지도 않은 이것에 의해 사람들은 행복해하기도, 불안해하기도, 슬퍼하기도 합니다. 비과학적인 것을 극히 꺼리는 사람이라도 꿈에 머리 하얀 노인이 나타나 숫자 여섯개를 불러 준다면 판매점 앞을 한번쯤 서성이게 되지 않을까요? 대체 어째서 현실도 아닌 그 짧은 경험들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인간에게 이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꿈이라는 이 미지의 대상에 대해 꿈 분석 스터디의 경험을 기반으로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예전부터 꿈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중요한 탐구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에서 꿈과 개인이 꿈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매우 큰 흥미거리이자 논쟁거리로 여겨졌습니다. 

 정신분석학의 출발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대표 저서 중 하나로 ‘꿈의 해석’이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꿈에 나타난 상징에서 출발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도달하는 법을 서술합니다. 그에게 있어 꿈이란 개인의 인생에 있던 수많은 내적∙외적 경험들이 집약되어 나타나는 산물이자, 그 경험들에 도달하는 여정의 첫 디딤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한 남자를 만나 선물을 받는 꿈을 꾸었다고 해봅시다. 프로이트는 이 사람에게 그 남자는 누구인지, 선물은 무엇인지, 그 물건이 그 사람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선물을 받는다는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묻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물어 답을 얻고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최면까지 동원해 해석하다보면 결국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지 못했을 때 속상했던 기억과 같은 것들을 떠올려내게 되는 것이죠. 그러한 진술을 바탕으로 ‘당신은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결핍 때문에 3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꿈을 꾸게 된 것입니다.’라며 결론을 내는 것이 프로이트 식 분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다른 곳에 이르렀던 칼 융의 경우, 꿈 분석 역시 프로이트와는 다른 접근을 취합니다. 융의 이론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원형’입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우리가 ‘물’이라는 대상을 떠올릴 때 함께 따라오는 이미지들이 존재합니다. 생명, 정화, 힘 등의 인류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어떠한 ‘이미지’들을 원형이라고 개념화합니다. 융은 꿈을 분석할 때도 그 이미지에 집중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꿈의 예시에 대해 융은 ‘남자’ 혹은 ‘선물’에서 파악해낼 수 있는 원형은 무엇일지 분석할 것입니다. 다양한 원형을 조합하여 꿈 자체를 어떠한 이미지로 재구성해낼 수 있다면, 그 꿈이 갖는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시각이 극단적으로 가면 꿈을 꾼 개인의 특성을 알지 못하더라도 꿈 분석은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우리 스터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융의 시각이었습니다. 프로이트의 시각은, 사실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견해입니다. 꿈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가만히 관찰해나가면 원인이 되는 경험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이야기하니까요. 그러나 과연 융의 주장대로, 사람을 제하고 꿈을 분석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일주일 간 꿈 일지를 작성합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날이나 꿈을 꾸지 않은 날도 솔직하게 기록합니다. 스터디 전날 저는 스터디원들의 꿈일지를 전부 수합하여, 그 중 한 두개를 추출한 텍스트 파일을 만듭니다. 이후 스터디에서 모두는 어떤 것이 누구의 꿈인지 모른 채, 그저 텍스트만으로 각자 꿈을 분석합니다. 일정 시간동안 각자의 분석을 정리한 뒤에 한 곳에 모아 서로의 분석을 비교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결과적으로, 개인 별로 분석이 이루어졌음에도 각자의 분석은 매우 유사하였습니다. 또한 꿈 주인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당시 본인의 감정을 끌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예컨대 스터디원의 꿈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꿈이 있었습니다. 

 ‘졸업을 하자마자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 결혼식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혼식을 끝내고 이사를 하며 가족들과 짐 정리를 하는데 그제서야 내가 부모님에게 결혼식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이라면 이 꿈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요? 우리 스터디에서는 많은 변화로 인한 혼란, 도움 받을 사람의 부재 등의 해석이 나왔습니다. 전자의 것은 꿈 주인도 인지하고 있던 바였지만 후자의 것은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것으로, 어쩌면 당시에 본인이 이상하게 힘들었던 이유를 찾은 것 같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익명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꿈 분석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꿈의 의미를 찾아준 것이죠.

 물론 이러한 분석 방법으로 분석해낼 수 없는 꿈도 많습니다. 단순한 인상적인 경험의 재조합이 될 수도 있고, 매우 개인적이고 독특한 경험이 기존의 생각과 조합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조합’ 자체에 원형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융의 분석 방법이 큰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제 어떤 꿈을 꾸었나요? 그리고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요? 하루 정도 가만히 앉아서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의식보다 당신의 꿈이 더 먼저 알아차렸을지도 모릅니다.

 양극성 장애는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가 모두 발생할 때 진단됩니다. 조증 삽화가 발생할 때 제1형 양극성 장애, 경조증 삽화가 발생할 때 제2형 양극성 장애로 진단합니다.

  DSM 개정 시기였던 2013년, 양극성 장애의 진단의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었습니다. 양극성 장애 진단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우울 삽화만 발생하는 우울장애와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Phillips 등(2013)의 연구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의 양상을 비교할 때 우울 삽화 기간이 (경)조증 삽화 기간보다 유의미하게 길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경)조증 삽화를 경험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제1형 양극성 장애 환자는 약 9%, 제2형 양극성 장애 환자는 1%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경험이 적은 임상의는 (경)조증 삽화를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죠.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역치 수준 이하의 환자들 역시 제대로 진단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역치 이하의 (경)조증 삽화는 우울장애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치 수준 이하의 증상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재발 간격이 더 짧은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밀한 DSM 기준 수립과 임상 경험 축적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학계와 임상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노력도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대중들의 (경)조증 삽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회 문화적 영향의 예로 열정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경조증 삽화가 진단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학업/운동/창작에 대한 몰두로 경조증 삽화가 발생할 경우 이를 열정으로 오인하고 방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증 삽화를 간과하게 되면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단극성 장애로 오진단 받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양극성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양극성장애 치료 과정에서, 본인과 주변인에게 양극성 장애에 대한 심리 교육이 진행됩니다. 삽화 발생 전 전구기 증상에 대한 파악과 이해를 기반으로 주변인들의 조기 발견과 처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2013년 논의를 기반으로 개정된 DSM-V의 경조증 삽화 진단기준입니다.

A. 비정상적으로 들뜨거나 의기양양하거나 과민한 기분, 그리고 활동/에너지의 증가가 적어도 4일 연속으로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지속되는 분명한 기간
B. 아래 7가지 중 3가지 이상이 심각한 정도로 나타나야한다. (기분이 과민하기만 하다면 4가지 이상)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5) 주의 산만 (ex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이끌림)

(6) 목표 지향적 활동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 성적 활동)이나 흥분된 운동성 활동의 증가
(7)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함 (ex 흥청망청 물건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 투자)
C. 증상이 없을 때의 개인적 특성과는 명백히 다른 기능의 변화 동반
D. 기분 장애와 기능 변화가 ‘객관적으로 관찰’ 
E. 삽화가 직업적 기능의 현저한 손상을 일으키거나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F. 삽화가 물질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진단 기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양극성 장애 조기 진단을 위한 비(非)임상 영역의 노력이 함께 한다면 진단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심리 건강 증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용래(2016) 양극성 장애, 학지사
Mary L Phillips, David J Kupfer(2013) Bipolar disorder diagnosis: challenges and future direnctions, The lancet 381, 1663-1671

한국대학생심리학회의 학회원들이 집필한 심리학 뉴스레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이번 주 뉴스레터를 읽고 남기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위 링크를 통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