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칭찬했을 때 상대가 이를 극도로 부정하거나 의아해하는 듯한 방어적
말투나 행동을 보인 적이 있나요? 아니면, 타인으로부터 칭찬받았을 때 방어적으
로 대응하는 자신을 발견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태도와 행동은 내면화된 수치
심과 관련됩니다. 내면화된 수치심이란 열등감, 부적절감, 부족감이 부정적 자기상
으로 내면화되어 느끼는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수치심을 의미합니다(Cook, 2001).
이번 글에서는 수치심이 내면화된 한 개인의 부적응적 행동 메커니즘을 소개하고
자 합니다. 특히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와 같이 긍정적 사회적 상황에서 보이는
부적응적 행동의 기제를 다루어볼 것입니다.
수치심이 내면화된 개인이 긍정적인 사회적 상황에서 보이는 부적응적 행동의
기저에는 해석편향이 존재합니다. 해석편향을 보이게 되면 긍정적인 상황 단서조
차 왜곡하여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수치심을 내면화한 개인은 오히
려 긍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데, 이는 부정적인 자기상과 타인이 바라보
는 자신의 표상이 불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두려움 혹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
해 긍정적 평가를 축소하거나 거부하는 해석편향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즉, 부정적
자기상에 근거하여 불편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원리입니다.
긍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된 해석편향 중 ‘긍정적 피드백의 액면가 요
인’은 긍정적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도 자아 효능감이 증진하지 못함을 설명합니다. ‘긍정적 피드백의 액면가 요인’은
다음의 두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는 ‘긍정적 사건에 대한 평가 절
하’(Vassilopoulos & Banerjee, 2010)로, 이는 긍정적 평가 이면에 부정적 평가가
은폐되어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사회적 결과에
대한 가치절하’(Week, 2010)로, 이는 상대방의 호의 덕분에 자신의 실제 수행에 비
해 낙관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한편 내면화된 수치심과 긍정적 평가와 관련된 해석편향, 그리고 사회불안의 관
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긍정적 피드백
의 액면가의 두 가지 요인 중 한 요인만 내면화된 수치심과 사회불안의 관계를 매
개한다는 결과가 있는 반면, 두 요인 모두 두 변인의 관계를 매개한다는 결과도 존
재합니다. 일관적이지 않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를 소개한 이유는 다음
과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강조되는 겸손의 미덕은 종종 왜곡되어, 개인으로 하
여금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거나 더 나아가 ‘나는 말하는 감자야.’의
발언처럼 자신을 비하하는 행태를 촉발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내면화된 수치심 그
리고 해석편향과 같은 구성 개념을 인지하고 이해함으로써 겸손을 부정 혹은 비하
와 명백히 구별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나는 수치심을 내면화하고 있지는 않은
지, 편향된 해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봄으로써 심리적 안녕감을 견고화하
고 심리적 안녕감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