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1월 마지막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어와 음성언어, 신경적 처리에 차이가 있을까?

2️⃣ 시각 신경과학에서의 풍경과 뇌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수어는 농인 간, 혹은 농인과 청인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체계예요. 손을 사용해 의사소통한다는 특징 때문에 손의 모양만 생각하기 쉽지만, 수어는 손의 모양뿐만 아니라 손의 높이, 위치, 손동작의 변화, 손이 아닌 얼굴 등을 활용하는 ‘비수지 신호’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수어는 말로 하는 음성언어와 다르게 단어와 문장이 3차원적 공간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또한 머리, 몸, 눈, 눈썹, 볼, 입의 모양 등의 손 말고도 다른 신체 부위의 비수지 신호를 활용하여 뜻의 차이를 구분하기도 하죠.

 

   소리로 언어를 전달하는 음성언어와 시각적인 정보, 그리고 때때로 공간적인 정보를 활용하기도 하는 수어는 서로 아주 다른 것 같죠. 그렇다면 혹시 뇌에서 두 가지의 언어를 처리할 때도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추측해 보자면, 수어는 시각적인 측면이 중요하니까 이런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수어로 말하려면 손을 움직여야 하니까, 운동과 관련한 뇌 영역도 중요할 수 있어요. 모두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수어와 음성언어의 신경적 처리는 꽤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밝혀졌어요.

 

   수어와 음성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수어 화자와 음성언어 화자의 실어증 양상을 알아보는 거예요. 실어증은 ‘입, 발성 기관, 귀의 외상 없이, 뇌의 질환이나 손상으로 인해서 언어의 이해 및 표현 능력이 상실된 상태’인데, 수어 화자도 음성언어 화자와 마찬가지로 뇌 손상으로 인해 실어증을 겪을 수 있어요. 실어증 환자들을 관찰해본 결과, 주로 수어 화자와 음성언어 화자 모두 좌반구에 손상이 있는 경우 실어증의 증상을 보였어요. 즉,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네트워크는 주로 뇌의 좌반구에 있다는 것입니다. 뇌파 연구에서도 수어를 사용할 때와 음성언어를 사용할 때, 좌반구의 비슷한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결과를 통해 수어와 음성언어 모두 좌반구에 편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수어와 음성언어 처리의 또 다른 비슷한 점은 의미적(semantic) 처리와 구문적(syntactic) 처리가 확실하게 구분된다는 것이에요. 의미적 처리는 문장이 나타내는 의미에 관한 것이고, 구문적 처리는 우리가 흔히 ‘문법’이라고 하는, 문장이 구성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에요. 음성언어에서는 뇌파 연구를 통해 의미적 처리와 구문적 처리가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보통 의미적 처리가 시간대 상으로 400ms 정도 먼저 이루어지고, 구문적 처리가 600ms 정도 의미적 처리보다는 조금 이후에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청각 장애가 있는 수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검사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구문적 오류가 있는 문장을 접했을 때 관찰되는 전위의 시간대와 의미적 오류가 있는 문장을 처리할 때 관찰되는 전위의 시간대가 구분된 것이죠.

 

   수어와 음성언어 처리의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분명 수어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점들도 있어요. 최근에는 수어의 고유한 특성들을 알아내는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수어로 언어를 표현할 때, 운동과 관련된 감각 운동 피질이 활성화되는데 이 영역은 수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에 관여하지만, 음성언어로 말할 때는 관여하지 않아요. 수어를 이해할 때 시각 정보와 관련된 시각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연구도 최근 이루어졌죠.

 

   지금까지 수어와 음성언어의 신경적 처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수어 화자도 실어증 등의 언어 장애를 겪을 수 있는데요,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서 수어의 고유한 신경적 특성을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도 관련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랍니다. 수어와 음성언어, 정말 달라 보이는데도 뇌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하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앞으로도 어떤 연구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 주세요!

 

Emmorey, K. (2021). New Perspectives on the Neurobiology of Sign Languages. Front. Commun. 6:748430.

Hickok, G., Bellugi, U., & Klima, E. S. (1998). The neural organization of language: Evidence from sign language aphasia.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4), 129-136.

   일반적인 맥락에서 '풍경(scene)'이라 하면 푸르른 초원이나 아름다운 해변을 떠올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시각 신경과학에서 풍경은 약간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Henderson과 Hollingworth (1999)가 정의 내린 풍경은 다음과 같아요. 의미적으로 일관성 있고 보통 이름을 댈 수 있고 배경 요소와 공간적으로 알맞게 배열된 여러 개의 물체로 구성된 실제 세상 환경을 바라본 것이에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서 깔끔하진 않아 보이는 정의지만, 정리하자면 공간 속 배경과 물체로 구성된 우리 주변 환경을 바라본 것이죠. 시각 신경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풍경을 뇌가 처리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어요.

 

   지난 연구들에 따르면, 풍경과 관련된 뇌의 영역은 크게 세 곳이 존재해요. 바로 PPA(parahippocampal place area), OPA(occipital place area), 그리고 RSC(retrosplenial cortex)이죠. 사실 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는 관점 역시 여러 뇌과학자들에게 반박될 여지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뇌의 그러한 관점을 반영한 모듈 이론을 어느 정도 지지하도록 할게요. 각각의 영역들은 모두 풍경과 관련되어 있지만, 수행하는 기능에서 약간의 차이가 존재해요.

 

   사실 각각의 기능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설명을 위해 다소 억지스럽더라도 각 기능을 대략적으로 정리해보았어요. 우선, PPA는 '분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현재 보고 있는 풍경이 교실인지, 부엌인지, 해변인지, 초원인지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거죠. 다음으로 OPA는 '길 찾기'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당장 눈 앞에 있는 길을 보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지 판단하죠. 끝으로 RSC는 '지도에서 길 찾기'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즉 어떠한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나아갈지 판단하는 영역이에요.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풍경 영역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풍경 네트워크를 형성해요.

 

   앞으로도 시각 신경 과학 연구자들은 풍경과 이를 처리하는 뇌에 대해서 연구할 거에요. 인간 뇌에 대해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기에 지속적인 연구로 인류가 뇌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한국대학생심리학회의 학회원들이 집필한 심리학 뉴스레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이번 주 뉴스레터를 읽고 남기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위 링크를 통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