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소개한 병이 있습니다. '이 병은 1970년대부터 논의되었다.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며, 남편의 외도 등 강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참는 데서 오는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가리킨다'고 쓰였습니다. 바로 울화병이라고도 불리는 화병입니다. 학회는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기준인 DSM-4 부록에서 이 병을 "한국인에게만 있는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등재한 바 있습니다. 영어 표기도 'Hwa-Byung'이지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 화병(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은 한국 사회에서 마음의 울분이 있는 개인이 인내해야 하는 면을 보여주는데요. 예로부터 위계질서와 예의를 미덕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화가 나도 불만을 분출하지 못하고 감정을 억압하고 억제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가운데 생기는 분노의 내면화가 원인인 거죠.

   화병의 정신적인 증상으로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을 내는 등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 등이 있다고 합니다. 불면증, 우울감, 공격적 성향의 증가도 있습니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우울감, 불면, 식욕 저하, 피로 등의 우울 증상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숨 쉬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고 해요. 또 소화가 잘 안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병이 화를 꾹 참아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면, 반대로 화를 못 참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병도 있는데요. 흔히 말하는 분노조절장애가 그렇습니다. 정식 진단명은 '간헐적 폭발 장애'라고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종종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에 의해서도 상황에 맞지 않게 분노를 과하게 폭발하는 증상이 있지요.

   간헐적 폭발성 장애 환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나칠 정도로 발작적이고 폭발적인 행동을 한다는 건데요, 이런 발작적 증상은 몇 분 내지 몇 시간 지속되며 끝날 때는 신속히 끝납니다. 환자는 공격적인 행동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충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한 뒤 곧바로 후회나 자책을 합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 따라 진단할 수 있는데요, 언어적 공격이나 상해를 입히지 않는 신체 공격이 3개월간 주 2회 이상 발생하거나 폭발적 행동이 12개월간 3회 이상 보이는 경우 이 질환에 속한다고 합니다.

   화병과 간헐적 폭발성 장애. 두 질병 모두 분노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전문가들은 심호흡, 눈 감고 숫자 세기 등 분노 상황 잠시 잊기, 화를 조절할 수 있다고,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기, 대화나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외부로 배출하기, 상황이 심각하면 전문가를 찾아가 적극적으로 치료받기 등을 권장합니다. 이런 사실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일상에서 분노를 조금 더 슬기롭게 대하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을 위해 인간은 먹는 행위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면,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섭식 장애는 어쩌면 진화론적 흐름에 벗어나는 어딘가 부적절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섭식장애의 기저에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이 다양하게 관여하고 있는데, 특히나 마른 몸매가 성공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섭식장애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저에게 <폭식 행동에 대한 인지행동 집단치료의 효과> 논문은 이번 학기를 통틀어 가장 유의미한 가능성을 보여준 자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이를 소개 드리려 합니다.

   마른 몸에 대한 압력에서 비롯된 섭식장애는, “단기간 내에 급격한 체중감소를 원하여 엄격한 식이 제한과 과도한 운동 득의 극단적인 형태의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먹는 행위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조절력 상실이 폭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체중 증가와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구토나 하제 사용 같은 보상행동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보상은 상을 준다는 의미보다는, 폭식에 대한 대처라고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폭식과 보상행동은 낮은 자아존중감과 우울을 가져오고 자신을 혐오하는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하는데, 폭식 행동에 대한 치료는 정신건강교육과 영양관리, 행동치료, 가족치료, 대인관계 정신치료, 정신역동적 치료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고,본 논문은 그 중 인지행동치료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폭식행동을 가진 여성을 모집단으로 하여 다차원적 식이태도 검사(EDI), 자아존중감 척도, 우울 척도(BDI), 식이행위 기록지를 연구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인지행동 집단치료 전후에 해당 척도의 점수를 비교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고자 했고, 인지행동 집단치료는 10회기 동안 이루어졌으며 각 회기는 집단치료의 소개, 식이 행위에 대한 자기감시 교육, 규칙적인 식행동 처방, 폭식행동 조절을 위한 자극통제법, 재발방지 교육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럼,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집단치료 전과 비교했을 때, 폭식행동에 따른 보상행동의 빈도는 치료 전 약 4회에서 치료 후 1회 미만으로 감소하였고, 폭식행동 역시 2주만에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우울에 있어서도 역시 모두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습니다.

   어쩌면 치료의 효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중 다시 돌아보면 좋겠다생각한 지점은, 실험에서 CBT 치료가 집단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본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지점은 논의에서 다루어졌는데, 집단치료를 통해 일어났던 구성원 간 상호지지와 긍정적 피드백이 개인 치료에 비해 유의미하게 보였다는 추측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식이장애를 앓고 있어서인지, 섭식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공유가 그 치료에 중요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해당 논문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식이장애와 관련된 통제감 상실, 완벽주의 성향과의 상관성에 대하여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소식좌, 폭식증, 먹토와 같은 키워드가 뜨거운 논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해당 논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심리학적 근거들이 마련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 게시글이 어느 분들께는 소중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공성숙;김준기;배재현. (2000). 폭식 행동에 대한 인지행동 집단치료의 효과. 신경정신의학, 39(6), 107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