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심터 - ‘내가 어쩔 수 없는 나’와의 싸움 혹은 화해 - 융의 ‘복종으로서의 통과의례’를 중심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

안녕하세요. 심터의 7월 다섯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2023. 7. 24.

오늘의 에디터 - 천채은

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7월 다섯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어쩔 수 없는 나’와의 싸움 혹은 화해 - 융의 ‘복종으로서의 통과의례’를 중심으로

2️⃣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나’와의 싸움 혹은 화해 - 융의 ‘복종으로서의 통과의례’를 중심으로

한국대학생심리학회 3.5기 김선우

융의 심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의식과 무의식, 페르소나와 그림자 등의 ‘자아’
개념이지만, 사실 그 외에도 많은 중요한 개념들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융 심리학
에서 ‘통과의례’는 기존의 영웅신화와 달리 실제 현실을 살아가는 범인으로서의 젊
은이들이 겪는 것으로, 희생 의식을 통해 본래 갖고 있던 원형에 상처를 입고 새로
운 인생으로의 도약을 도모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당사자들은 영웅처럼 고난을 뛰
어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빠질 것을 강요당하고 때로는 어찌할 수 없이 엄습하
는 무언가에 복종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배우게 되죠. 이 무언가는 다른 것일 수
도 있지만, 융의 체계에서는 주로 스스로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중심으로 설명됩니
다.

자신의 의지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누려오던 남성은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 사실 자신의 마음속 깊이 존재하고 있던 여성적 의식을 발견하고 이에 응하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 여성의 통과의례는 교육과 사회화를 통해 진취적이
고 지적인 삶을 꿈꾸는 와중, 사실은 억눌러도 자꾸만 우러나와 그런 지향을 방해
하는 자신의 여성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출산이 생물학적 여성성으로부터
주어지는 희생의식 중 하나예요. 여성성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성장해간다는 점에
서 양자의 통과의례는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남성의 통과의례는 자신의 것이 아니
라고 생각한 측면을 기존의 자아에 포용하며 보다 관계 지향적인 개체로 나아가는
방식인 반면 여성의 경우는 오히려 부정하고 싶은 헌신적 본능을 인정함으로써 보
다 온전한 독립적 권리를 가진 개인으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주장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이제는 누구든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세상이라고 느껴질 만
큼 극도로 현대화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러한 내적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며, 꽤
나 팽팽합니다. 당장 여러분 자신의 마음속을 돌아봐도 ‘문명화된 사회 속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유로운 나’와 동시에 ‘사회로부터 규정 받고 길러지며 생물학적으로
제약받기도 하는, 타고난 성별로서의 나’라는 양측의 자아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은 융이 말하는 ‘통과의례’처럼 진정으로 우리가 ‘참된 나 자
신’을 찾도록 도와주는 게 맞을까요? 우리는 언제나 충돌하는 두 자아를 조화롭게
융합하는 데 성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쉽게 믿어도 되는 것일까요? ‘타고

난 성별로서의 나’라는 것은 영웅신화처럼 극복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융의
해석처럼 통과의례로서 겪어지고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일까요?

결국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더 자주 타인과 대화를 나누고, 보다 진정한 나에
가까운 것 혹은 나라는 사람과 더 어울리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함으로써 각자에게
맞는 타협과 쟁취의 비율을 찾아가는 게 최선의 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진지한 사유의 시간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통과의례가 되는 것이겠죠.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남성은 더 ‘여성적’으로, 여성은 보다 ‘남성적’으로 자
신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나가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라는 시각에는 대체로 공감하
지만 때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융의 이론처럼만 흘러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가 특정 부분에서 왜곡되어 있거나, 어떤 사람이 주
어진 자극으로부터 배우고 고민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
육 또는 여건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온 상황이라면 평생 무의미한 타인의 욕망대
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겠죠. 전통적 가부장제가 남성에게 막강한 권
위와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인간의 고유하고 자연스러운 나약함과 감성적 측면, 그
것을 인정함으로써 얻어지는 자기표현과 소통능력 등을 계발하지 못하도록 강요
함과 동시에 여성은 육아, 내조, 온순하고 자애로운 아내 및 어머니로서의 헌신 등
윤리적 의무에 속박돼 독립적 자아를 발전시키지 못하도록 억압한 것처럼 말입니
다.

혐오와 혼란이 범람하는 지금의 우리 삶 속에서는 과연 어떠한 시대적 한계가 우
리로 하여금 융이 말하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을까요?
있는 그대로 보이는 현실의 사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무엇에 대해 영웅처럼 싸워 이겨내고 어떤 것은 통과의례처럼 이해하고 수
용해야 할지 더 잘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태가 속해 있는 시공간적 제약 자체가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 또한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칼 구스타프 융, 『인간과 상징』, 이윤기 역, 열린책들, 2009, pp. 194~227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

한국대학생심리학회 3.5기 허예원

신경범죄학과 관련해서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요인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데요, 정신병질적 방향과 신경병질적 방향이 바로 그것입니다. 살인을 이끄는 폭이 이러한 두 가지 모델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은 FBI 초기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두 모델이 폭력에 독립적인 코스를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신경발달상의 손상이 정신병과는 서로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어떤 폭력이 정신병에 의한 폭력이 아니라 신경 시스템의 손상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저질러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정신병질적 현상과 신경병질적 현상이 범죄 폭력에 있어서 연관성이 없는 원인을 가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구는 두 가지 모델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거나 살인을 시도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측정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 신경병질 측정
Trail-making test(TMT), Tower of london(TOL), Stroop colour-word test, controlled oral word association test와 같은 인지 과제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고차인지에 관여하는 전두엽을 측정하였습니다.

2. 정신병질 측정
기본적으로 정신병질자를 선별하는 도구이자 사이코패스 측정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Psychopathic checklist-revised(PCL-R)을 사용하였고, Violoence risk appraisal guide(V-RAG), Violence risk scale(VRS)를 이용하여 측정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신경병질 pathway를 따르는 신경병질은 두드러지게 전두엽과 측두엽에 영향을 주는 기능적 질병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반면 물질남용이나 머리부상, 반사회적 양육과 같은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장애들은 많은 관련성을 띄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신경병질 pathway와 정신병질 pathway가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을 본 논문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참고문헌

Gilligan, D. G., & Lennings, C. J. (2010). Psychopathic and neuropathic pathways to homicide: Examination of harris and rice's two-path model of criminal violence in homicide. Psychiatry, Psychology and Law, 17(1), 148-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