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7월 마지막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과 반응을 잃어버린 사람들

2️⃣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신체화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 우리가 보통 '정신병'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분열된 생각들을 가지고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는 모습들은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따금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매스컴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하죠. 그럼 대체 조현병은 어떤 병일까요?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결함은 분류를 통해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의 훼손입니다. 우리의 뇌는 들어오는 모든 감각 입력, 생각, 아이디어, 기억, 감정을 분류하는데 그 중 어떤 것들은 함께 묶으면서 하나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이때 조현병 환자들은 생각뿐만 아니라 시각과 청각 자극, 감정, 일부 행위들까지도 잘못된 배열이 일어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청각 자극을 이해하는 일과 관련해서 이러한 결함이 발생한 상황을 묘사하는 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사람들이 말을 할 때면 나는 그 단어들 하나하나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사이가 뜨는 거지요."

"나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말할 때는 꽤 잘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러나 긴 문장들을 늘어놓으면 의미들을 다 놓쳐버려요. 뜻을 파악하려면 단어들을 한 줄기로 엮어내야 하는데 문장이 길어지면 그렇게 엮어야 할 단어가 너무 많아지거든요."

 시각 자극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도 청각 자극 묘사와 비슷합니다. 코, 그 다음에 뺨, 그리고 한쪽 눈과 다른쪽 눈을 보는 것과 같이 각 부분이 따로따로 인식되고 조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많은 조현병 환자가 각각의 청각이나 시각 자극을 일관된 패턴으로 해석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두 종류의 자극을 하나로 조합하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고 해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어도 단지 시각적인 움직임만을 보기 때문에 방송 내용은 상관없게 됩니다. 그런 조현병 환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청각물은 만화와 여행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단순하고, 청각 입력과 통합할 필요 없이 시각적인 면만 처리하면 되니까요.

 '양가감정'이라는 말도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을 묘사하는 말이었는데 요즘은 일상에서도 쓰이고 있어요. 조현병환자들의 양가감정은 '그래, 그들이 나를 죽일거고 나는 그들을 사랑해.'와 같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양가감정이 행동으로도 표출된다고 해요. '조현병의 모든 것'을 쓴 풀리 박사의 환자 한 명은 종종 건물의 앞문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가다 멈추고, 왼쪽으로 세 걸음 되돌아가서 다시 멈추고, 다시 돌아서서 오른쪽으로 가기 시작하는 데 어떤 때는 이런 일을 5분 내내 계속하기도 한다고 해요. 풀리 박사는 마치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손상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자극을 분류하고 해석하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반응을 골라내지 못하는 것이 조현병의 특징입니다. 1911년에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가 사고 과정의 여러 부분이 분열되었다는 뜻의 '정신분열증' 용어를 도입한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어요. 현을 조율한다는 의미의 '조현(調絃)'을 쓰는 조현병이란 명칭도 정신의 여러 기능들의 통합 및 조율에 문제가 생겼음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그래서 영어로 'attunement disorder'라고 표기해요.

 무수히 들어오는 자극들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능력에 결함이 생겨 나타나는 병인 조현병, 자극에 대한 인식부터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매우 과묵하고 점잖은 성격의 A씨는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며 성과부진에 대한 질책과 압박이 들어오고, 상사의 부당한 질책을 받는 일이 다반수였지만, A씨는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했습니다. 그 성실함에 보답받은 듯이, A씨는 마침내 팀장으로 승진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쁜 것도 잠시, A씨는 소속감이 적은 팀원들을 통솔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매달 팀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상사의 압박까지 받게 되어, A씨는 심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던 어느 날, A씨는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은 갈수록 심해져 때로는 심장이 찢어질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A씨는 병원에서 각종 검사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A씨에게서는 아무런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의사 역시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할 때는 진통제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위의 A씨처럼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는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 적이 있나요? A씨와 같이 가슴 통증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어도, 원인 불명의 두통, 소화불량, 현기증, 숨 가쁨 등의 증상들은 다들 겪어 보셨을 지도 모릅니다. 시험 기간에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낯선 환경에 처했을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원인불명의 몸의 증상들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각한 경우에는 일터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물 등을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없기에 지속적인 불편함을 주기도 하죠. 대체 이런 원인 불명의 통증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에서는 별다른 몸의 이상이 없는데도 통증을 느끼는 현상을 '신체화(somatization)'라고 부릅니다. 신체화는 간단히 말하면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픈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고통스러운 감정이 단순히 감정 그 자체를 넘어서 신체 감각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신체화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신체화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심리학자들은 '억압된 감정표현'을 신체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적절히 표출하여 해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힘든 경우 그 감정들이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정표현의 억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원래부터 감정 표현을 못하는 성격 때문일까요? 혹은 감정표현을 쉽게 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일까요? 정답은 둘 다 입니다. 전자의 경우와 같이 본래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감정표현불능증'은 그리스어로 '정서를 언어화 하지 못한다'라는 뜻입니다. 즉 자신이 어떠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인지하고, 그 감정 상태를 기술하는 어휘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감정 상태를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하기에, 부정 정서를 적절히 표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감정표현불능증을 가진 사람들은 감정 상태를 자각하는 것을 어려워하기에, 감정 상태로 유발된 신체적 증상을 겪을 때 당흑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는 '가슴 두근거림이 분노로 인한 것이구나'라고 쉽게 이해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반면 감정표현불능증을 가진 사람들은 분노라는 감정을 인지하기 어려워하기에 '가슴 두근거림'에만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따라서 갑자기 내 가슴이 왜 두근거리는 거지? 몸에 이상이 있나? 하고 불안해하고, 신체적 변화에만 주의를 기울여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특성 외에도,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신체화 증상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서양 문화권보다 동양 문화권에서 신체화 증상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심리적 문제에 대한 문화권의 인식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심리적 문제를 지닌 사람들을 비정상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신체적 증상을 지닌 사람에 대해서는 좀 더 허용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적 문제는 억압하고, 사회적으로 더 잘 수용될 수 있는 신체적 증상으로 부정 정서를 대신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화병'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체화 증상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신체화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치료적 개입과 효과에 관한 연구들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감정표현불능증이 신체화의 핵심 기제라는 이론에 근거한 치료법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은선, 최선우(2013)는 신체화에 대한 '포커싱 체험심리치료(Focusing-Oriented Psychotherapy)>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있습니다. 포커싱 체험심리치료란 내면에 집중하여 모호한 감각 느낌(felf sense)을 찾고, 그 느낌에 용어, 이미지, 제스처 등을 사용해 이름을 붙이며. 느끼는 감각에 대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가슴 떨림 등의 신체화 증상을 나타내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해당 치료법을 적용한 결과, 결과에서도 신체화 증상, 부정 정서, 감정표현불능증의 개선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의 연구 결과는 감각,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으로 감정표현이 증진되고, 나아가 신체화 증상의 완화에도 도움을 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나아가 두통 등 실제 생활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을 지닌 대상들을 바탕으로 효과를 확인하였기에, 실생활에도 유사한 기법을 적용하여 증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닙니다. 별 이유 없이 몸이 아픈 날, 혹시 있을지 모를 내 안의 미해결된 감정을 찾아보고, 이름을 붙여 보는 건 어떨까요?

주은선, 최선우. (2013). 포커싱 집단치료가 여대생의 신체화 증상, 부정적 정서 및 감정표현 불능증에 미치는 효과. 한국심리학회지:일반, 32(4), 77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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