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참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평생 인간을 연구해도 100%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분 좋을 때 용돈에 후해지시는 아버지 같은 경우가 있죠. 이처럼 사람은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하면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지고, 선택과 결정을 쉽게 내리게 되고, 크게 노력을 들이지 않은 채 생각을 마무리하게 되는 경향이 있지요. 학자들은, 이와 사람의 상태를 심리학적으로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 상태에 있다고 말합니다.

   인지적 편안함 상태의 사람은 쉽게 말해 후해집니다. 심지어는 기억과 진실에 있어서도 말이죠. 기억 착각을 실험실에서 처음으로 증명해 낸 심리학자 래리 저코비는 “친숙함은 ‘과거성’이라는 단순하지만 막강한 특성이 있는데, 사람들은 과거성을 예전 경험이 직접 투영된 결과라고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이 무언가에 친숙하면 그것을 나의 경험이 투영된 결과로 여기게 된다는 뜻입니다. 비(非)유명인 이름 세 개를 들려주고, 시간이 한참 지나 비유명인과 유명인의 이름들이 섞인 리스트에서 들었던 세 이름을 골라보라는 과제를 받는다고 해봅시다. 다수의 사람은 그 여러 가지 이름 중 유명인의 이름들을 고릅니다. 그 이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 친숙하기 때문에, 내가 제시 받았던 그 세 이름 중에 있다고 착각하는 거죠. 이처럼 친숙한 이름에서 오는 인지적 편안함 상태는 우리의 기억에 착각을 일으킵니다.

   인지적 편안함 상태를 일으키는 것은 그 자체로 진실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낯익다는 느낌에 기대어 그것을 진실로 판단하곤 합니다. 어떤 시험 문제의 선택지 중 낯익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정답으로 고르는 것과 같은 경우들이 그 예시입니다. 이처럼 연상 체계를 편안하게 만드는 생각은 편향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거짓을 믿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의외로 ‘거짓 반복하기’입니다. 친숙함은 진실에 대한 기억을 혼동시키기 때문에 오로지 거짓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으로도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반복되어 노출되어 친숙하게 느끼는 것들을 선호하게 됩니다. 자주 본 얼굴, 자주 본 단어에 호감도가 높은 것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자주 봤다는 사실 하나로 그것에 인지적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에 가지는 인지적 편안함은 아주 높은 정도로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어떤 단어에 자신의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 하나만 포함되어도 높은 호감을 느끼게 되죠. 이러한 단순 노출 효과는 의식과 전혀 무관합니다. 반복 노출된 것들을 보았다는 사실조차 본인이 모를 때, 실제로 의식적으로 눈치챌 수 없는 작은 자극들에서 단순 노출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인지적 편안함은 좋은 기분, 호의적인 태도, 선호도에 강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 상태는 때로 우리의 기억과 진실의 판단에 그릇된 결론을 주지만, 생각을 금방 마무리하게 하여 인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정보와 기술력의 범람에 눈 뜨고 코 베이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인지적 편안함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건 믿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일까요? 아니면 신뢰가 낮은 세상에서 무언가를 믿고자 하는 소망이 투영된 인지적 노력의 포기일까요? 아무튼 우리가 인지적 편안함 상태에서의 결정을 현명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인지적 편안함 상태에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요!

참고문헌

   세계 10대 브랜드 가치 안에 드는 유일한 식음료 기업이 어딘지 알고계신가요? 바로 코카콜라입니다. 애플, 디즈니와 같은 기업 사이에서 당당히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있는 코카콜라는, 사실 의약품으로 사업을 시작했답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매우 단순합니다. “즐거운 한때를 즐거운 사람과”이죠. 코카콜라는 주로 스포츠나, 화창한 날씨에 사람들의 친근한 모습 등을 넣어 즐겁게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광고합니다. 사실 이와 같은 광고는 많은 브랜드가 추구하고 있으며, 코카콜라만이 지닌 독특한 이미지라는 느낌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코카콜라가 콜라 업계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코카콜라는 청량감과 함께 즐겁게 마시는 음료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으나,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1900년대 중반까지 콜라는 여름에만 마시는 음료라는 인식이 강했고, 추운 겨울에 청량음료는 선호되지 않았죠. 코카콜라는 이와 같은 겨울 소비량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획기적인 마케팅을 기획했는데요, 바로 오늘날 우리가 익숙한 북극곰과 빨간색 산타클로스입니다. 코카콜라는 그 둘의 이미지를 이용해, 크리스마스에 일이 끝나고 마시는 음료라는 이미지를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크리스마스에 코카콜라를 선물처럼 나눠주며 함께 마시는 광고를 제작했는데요, 그 이후 사람들은 콜라를 단순히 여름철에 마시는 청량 음료가 아니라 파티에 어울리는 음료로 인식하게 되며 코카콜라의 연말 시즌 판매량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코카콜라는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통해 미국 문화를 사랑하는 고객들의 소비를 유도했습니다. 코카콜라는 많은 팝아트와 여러 매체에서 비춰지면서 미국 팝 컬쳐의 일부로 느껴지게 했고, 가장 미국적이며 세련된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만듦으로써 코카콜라가 콜라업계에서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현재도 코카콜라는 마시멜로라는 팝 가수와 콜라보를 하는 등 미국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은 사람들이 콜라를 고를 때 맛뿐 아니라 세련됨을 고려하며 구매를 부추겼습니다.

   최근 코카콜라는, “SHARE A COKE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은 “다같이 함께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조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각 나라에서 가장 흔한 이름 100개를 추렸고, 사람들이 그 이름을 가진 누군가에게 콜라를 사주고 같이 나눠마시도록 유도했으며 그렇게 콜라를 나눠먹는 모습을 광고로 제작했습니다. 자신이나 지인의 이름이 붙은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소비자와 연결성을 갖게 되고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