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MBTI라는 성격 유형 검사가 유행하여 성격 유형에 따라 행동 유형을 나누거나 성격 유형 4개의 알파벳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등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성향 테스트가 유행하기도 했죠. 이러한 ‘MBTI 과몰입 현상’과 여러 성향 테스트의 유행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의 내용을 방증해줍니다.

  이 책은 ‘아마추어 성격학과 아마추어 사회심리학’입니다. 성격학과 사회심리학 앞에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이제까지 사회심리학자들은 ‘상황’의 영향에 주목해왔지만, 대부분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황’보다는 ‘성격’과 ‘성향’에 귀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행동, 신체, 태도 등 다양한 다른 묘사 방식보다 ‘친절하다’와 같은 특성을 활용한 묘사 방식을 2배 이상 더 자주 사용합니다.

  이러한 성향주의는 귀인 오류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관련 실험 두 가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실험은 역할 결정요인 관련 귀인 오류를 보여줍니다. 실험에서는 두 참가자 중 한 참가자는 질문자가, 다른 한 참가자는 답변자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때 질문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참가자는 자신이 아는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반면 답변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참가자는 무작위로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입니다. 그러나 이 두 참가자의 대화를 지켜보는 다른 참가자들은 이 조건을 알고 있음에도 질문자가 평균 이상으로 똑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성향 추론을 선호하며 추론 과정에서 역할 결정요인을 무시하는 귀인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한 학교 내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선행사에 가장 많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 사람들 집단(A)과 가장 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 사람들 집단(B)으로 나누었습니다. 그 후 각각의 집단을 또다시 두 집단으로 나누어 A-1, A-2 집단과 B-1, B-2 집단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이후 A-1 집단과 B-1 집단에 특정 음식을 기부하라고 부탁하거나 후속 전화를 하여 기부를 촉진했고 A-2 집단과 B-2 집단에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기부 부탁이나 후속 전화 등의 경로 요인을 고려하였음에도 실험 참가자들은 A-1과 A-2 집단 각각이 기부할 가능성에 대해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부 부탁, 후속 전화의 상황 특성이 더 결정적으로 작용하여 A-1과 A-2 집단 각각이 기부할 가능성의 차이는 실험 참가자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평판과 성격을 알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상황이나 맥락적 요소보다 사람 특성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향주의의 원인, 원천은 무엇일까요? 책의 저자는 여러 가지 원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인물 즉 행위자는 역동적이기에 자극 속성이지만, 배경과 상황은 고정적이기에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행위자가 자극 속성이기에 사람들이 행위자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귀인하게 된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언어학 요인입니다. 행위자의 행동에 적용할 수 있는 형용사를 대개 행위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반면 행위와 상황 사이에는 이러한 유사한 연상을 만들기 어렵기에 성향주의가 촉진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성향을 아는 것은 본인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과 성향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맥락을 간과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알게 모르게 상황을 무시한 채 사람의 성향을 토대로 판단하였던 실수를 멈추고 상황의 힘을 믿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문헌

   오늘 소개드릴 연구는 의사결정이 근본적으로 사회적 행위이며 따라서 여러 사회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며, 이러한 맥락 위에서 자신을 위한 의사결정과 타인을 위한 의사결정의 차이점에 대해 조사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한 결정보다 타인을 위한 의사결정이나 문제 해결 상황에서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하며, 이 관계는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라는 구조적인 수준에 의해 설명된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어요.

  실험 1에서 참가자들은 자신 또는 타인이 쓸 이야기를 위한 외계인 그리기 과제를 시행했는데요 자신보다 타인을 위한 과제를 하는 경우 더 창의적으로 임했습니다. 실험 2에서는 구조적 수준, 즉 사회적 거리에 따른 의사 결정의 창의성 변화를 확인했어요. 2-1 실험참가자들은 친밀감 수준에 따라 자신, 가까운 사람, 먼 사람을 위한 선물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는데, 먼 타인-가까운 타인-자신 순으로 창의적이었습니다. 2-2 타인에 대한 정보의 양, 자신감, 감정적 개입, 기분에 상관없이 오직 사회적 거리만이 창의성에 대한 변수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험 3에서 창의적을 측정하는 문제를 풀어 본 결과, 역시 자신보다 타인을 대신한 문제 해결이 더 창의적이었습니다.

  의사결정이 사회성과 연관성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창의성과 엮어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사회적 거리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휘되는 창의성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몇 가지 논의해 보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실험 2에서 구조적 수준을 가까운 타인, 먼 타인, 자신, 세 가지로 한정했는데, 더 많은 단계로 나누었다면 그 관계를 더 명확히 입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실험 2-1 의 결과 사회적 거리와 창의성이 직선적인 관계에 있는 반면, 2-2 의 결과 가까운 타인과 자신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논문에는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의 가장 큰 한계는 명확한 조작적 정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첫째로 창의성에 대한 변수는 사회적 거리인데, 그 구체적인 정의가 부족했습니다. 실험2에서 사용된 사회적 거리는 생년월일과 관계된 사회적 유대와 친밀함인데, 상당히 표면적인 수준이죠? 타인에 대한 정보량, 자신감, 감정, 기분 등의 다른 변수들이 정말 사회적 거리와 관련이 없는 것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사회적 거리를 적절히 정의하고, 이를 결정하는 기준을 잘 통제 해야 해요. 둘째로 창의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요. 3 단계에 걸친 실험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창의성을 검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기준 없이 선행 연구를 차용하여 각 실험마다 창의성을 측정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변수를 따로 설정해서 확인해야 했어요.

  주체적으로 창의성의 단계나 종류, 깊이를 구분하여 실험한다면 결과 적용에 대한 용이성을 확보할 수 있어요. 교육 심리에서는 창의성은 민감성, 정교성,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의 5가지 요소로 구분되어요. 각각을 측정하는 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포괄하는 창의성을 정의해 피험자 내 설계로 후속 연구를 진행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세 실험을 통해 부여된 과제가 과연 의사결정 상황이었는지도 의문이에요. 의사결정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에요(Certo, 2003). 외계인을 그리는 과제, 선물 아이디어를 드는 과제는 아이디어 생산에 가깝고, 이러한 생산 활동은 결정과는 엄연히 다르죠. 실험3의 창의적 통찰력 문제조차 주어진 대안들 중 '선택'을 내리는 과정은 없었어요. 따라서 명확한 의사결정 과제를 부여해서 사회적 거리와 창의성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해보면 좋겠어요. 대안들이 주어지면 선택에 대한 결과를 예상하고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사고 과정이 자신을 위할 때와 타인을 위할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