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9월 넷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죄책감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방법

2️⃣ 공포소구에 의한 광고; 금연 공익 광고의 변천사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행동 변화의 열쇠 1: 죄책감>
 온라인이든, 옥외 광고든,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이 진행되는 걸 본 적이 꽤 있을 겁니다. 캠페인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바로 '설득'입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설득을 시도할 수 있는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나 설명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죄책감을 느낀 사람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도덕적인 행동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죄책감을 느끼면 자선적인 기부 행동이나 친환경적인 행동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죄책감이 꼭 개인적인 수준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집단 수준의 문제를 다룰 때는 집단 수준의 죄책감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사회 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소속감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집단의 가치를 내재화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집단 수준의 죄책감은 바로 이 사회 정체성의 영향을 받는데요, 집단 수준의 잘못을 짚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개인 수준보다는 집단 수준의 죄책감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개인적 죄책감과 집단적 죄책감은 분명 서로 연결된 개념이지만 구분되는 개념이기도 한 것이죠.

<행동 변화의 열쇠 2: 효능감>
 죄책감만으로는 행동을 만들어내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의 결과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나머지 이 심각성에 압도당하게 되면, 감정의 강도 자체가 감소하게 되거든요. 결국 죄책감을 덜 경험하게 되고, 목표를 위한 행동을 할 동기를 잃어버리게 되죠. 이때 중요한 개념이 '효능감'이에요. 자신이 끼친 피해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지만 행동의 동기가 생길 수 있어요. 효능감도 죄책감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수준과 집단적 수준이 존재하는데, '내'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우리 집단'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죄책감과 효능감, 집단 vs 개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품 사용, 코로나19 이후 겪는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 등의 환경/사회 문제를 대상으로 죄책감과 효능감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가 있었습니다. 문제 상황에 대해 실험 참여자들에게 집단/개인 수준의 죄책감과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글을 읽도록 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본 실험이었어요. 연구자들은 집단적인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에, 집단적 죄책감과 집단적 효능감이 들게 한 집단에서 가장 많이 행동을 보여줄 것으로 예측했어요. 그런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집단적 죄책감과 개인적 효능감이 들게 한 집단에서 가장 많은 행동을 보여준 것입니다. 집단 전체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고, 행동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개인을 향해 전달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뜻이에요.

<성공적인 설득을 위한 조언>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는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죄책감이나 효능감 중 하나만 조작하는 것으로는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거예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죄책감과 효능감은 반드시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거죠. 잘못은 우리 모두에게 있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혀졌어요. 여러 사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때,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개인적 효능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건 어떨까요? 

Roseman, I. J., Wiest, C., & Swartz, T. S. (1994). Phenomenology, behaviors, and goals differentiate discrete emot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2), 206–221.
Suresh, S., Walter, N. (2022). Guilt by association, change by individuation: Examining the role of guilt and efficacy in mitigating collective risks.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51(11). 1049-1061.

 공포소구 광고는 말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공포감을 일으키는 광고를 말합니다. 공포소구 광고는 일반적으로 과속운전이나 음주운전과 같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바꾸려 할 때 사용됩니다. 이러한 광고는 대체적으로 특정 행동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떤 부정적인 일들이 벌어질 지 강조하는데, 이는 광고가 사람들을 위협해서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합니다. 공포소구가 사용된 대표적인 광고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금연 광고입니다. 금연 광고는 어떻게 공포감을 조성했고, 그 양상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광고는 흡연자가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있는 상황을 보여주며 담배를 피울 때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줄 수 있는 피해를 강조하는 광고입니다. 한창 간접흡연이 뜨거운 사회 이슈였기에, 이를 저격한 광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흡연자 아빠의 조금 소름끼치는 얼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혐오감과 불쾌감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광고는 "후두암 일미리 주세요"로 유명한 광고로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라는 카피를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한 광고입니다.  2014년 광고에 비해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이 앞선 광고들에 비해 더욱 높은 수준의 불쾌감과 혐오감, 그리고 공포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 광고는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직관적이며 간결하게 전달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금연효과가 상당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담배업계측에서 해당 광고를 중단하라는 소송까지 벌이기까지 할 정도로 해당 광고의 사회적 파장이 컸습니다. 이 광고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동안이나 금연캠페인 슬로건으로 사용되어졌습니다. 

 담배업계 측의 강한 반발을 인지했는지 보건복지부의 2018년 광고는 보다 수위가 낮게 조절된 모습을 보입니다. 이 광고의 핵심 키워드는 '갑질'인데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주변인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갑질과 같다며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낙인효과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낙인효과란 한 번 부정적으로 낙인 찍힌 대상은 낙인에 따라 더 나쁜 행태를 보이고 이로 인해 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되는 악순환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광고는 흡연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흡연현상을 지속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광고를 기점으로 보건복지부는 금연 광고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공포감과 불쾌감을 유발해 금연욕구를 불러일으키고자했던 기존 광고들과는 달리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nqRPSPcxWM&list=PL_-Emxqwow0DDTRVWzyedVB-AfZM7eZMj

 '담배는 강하지만 우리는 더 강합니다'라는 카피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은 광고입니다. 기존의 광고가 흡연자들을 가해자로 묘사해왔다면  이 광고는 금연본능을 가지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흡연이 질병이고 범죄라는 메시지보다는 금연을 응원하고, 우리는 강하니까 금연을 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담뱃값을 손으로 가리는 연출로 혐오스러운 장면은 없애고 흡연자의 금연 의지를 상승시켜준다는 호평을 받은 광고입니다. 즉, 이 광고는 기존의 흡연자-비흡연자 대립구도에서 담배-사람의 대립으로 시점을 바꾼 획기적인 광고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왜 이런 변화를 시도한 걸까요? 첫째로, 공포소구의 한계를 인식한 것입니다. 공포소구를 담은 메시지를 계속 생산하다보면 광고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점점 공포에 면역이 생기게 됩니다. 공포스러운 광고를 보더라도 “늘 하던건데 뭐..”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더이상 효과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입니다. 

 두번째는 담배가 나쁜 줄 몰라서 피우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여 연초형 일반 담배를 전자담배로 대체하거나 전자담배와 병행하고 있고, 길거리에서 피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흡연구역을 찾습니다. 이처럼 담배가 나쁘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아닌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강화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포소구 광고의 부작용을 멈추고자 했습니다. 기존의 금연광고는 혐오스러운 장면이 다수 포함돼 보는 사람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대다수였습니다. 흡연자들은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효과를, 비흡연자는 자신과 관련없는 혐오스러운 영상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금연광고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고 변화의 국면에 서게 된 것입니다. 

2019/7 인생을 낭비합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QItUOOCmLE&list=PL_-Emxqwow0DDTRVWzyedVB-AfZM7eZMj
 이 광고에서는 담배를 피우려는 사람에게 오히려 인생을 낭비하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의 타겟은 담배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1020세대 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내용이 아닌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기존의 광고와 차별점을 지닙니다. 역설을 사용해 메시지를 강화하고 화려하고 젊은 연출을 통해 청소년, 젊은 세대에 담배를 피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니 담배피지 말고 오래살자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 “노담”
 2020년부터 지금까지는 “노담”을 키워드로 광고를 내고 있는데, 기존의 광고에서 공포소구를 이용한 것과 달리 활기찬 배경음악을 사용하고,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금연에 대한 사회적 응원과 격려를 전달합니다. 

 공포소구는 그 효과가 입증된 유명한 광고 기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그 한계와 부작용이 명확하기 때문에 적절히, 적당히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닐 텐데, 여러분들께서도 관련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전승우, 박준우, 김주현 and 박준호. (2016). 공포소구에서 공포와 위협, 효능감의 관계:담뱃갑 경고그림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소비자·광고, 17(4), 645-664.
차동필. (2006). 공포소구 메시지의 위협과 효능감 수준에 따른 설득효과 : 공포소구 모델 EPPM의 적용. 한국언론학보, 50(4), 411-436.

한국대학생심리학회의 학회원들이 집필한 심리학 뉴스레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이번 주 뉴스레터를 읽고 남기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위 링크를 통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