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12월 둘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스마트폰이 우울을 부를 수 있는 이유: 긍정심리학에서 설명하는 쾌락의 중독

2️⃣ 멍 때릴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들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핸드폰을 켜면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은 내려도 내려도 영상이 끊이지 않죠. 볼 때는 참 재미있고 행복한데, 너무 오래 보다 보면 허무한 기분이 들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그만 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지는 않으신가요? 왜 어떤 활동은 하고 나서도 뿌듯함이 이어지는데, 어떤 활동은 하면서도 찝찝하고 자신을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중독의 상태까지 끌고 갈까요? 이러한 심리 현상을 긍정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해볼게요.

 

   긍정심리학은 ‘학습된 무기력’ 연구로 유명한 마틴 셀리그만에 의해 창시되었어요. 우울, 불안 등의 인간의 결점을 보완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인간의 긍정 정서와 성격 강점에 관심을 가져요. 인간이 더 행복해지는 데에 어떤 요소들이 작용하는지를 연구하죠.

 

   긍정심리학에서는 행복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스마트폰 속 콘텐츠를 보며 즐거움을 얻는 것은 현재의 행복에 해당해요. 현재의 행복은 쾌락과 만족으로 구성됩니다. 쾌락은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감각적 요소로, 황홀경, 전율, 희열, 안락함 등의 원초적 감정을 말해요. 스마트폰에서의 숏폼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도 쾌락으로 볼 수 있고요.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는 것, 음악을 듣는 것, 더러운 몸을 씻는 것 등의 활동에서 얻는, 원초적이나 오래 지속되지 않는 긍정적인 감정을 쾌락이라고 해요. 반대로 만족은 반드시 원초적인 감정을 만들지는 않지만, 쾌락보다 오래 지속되고 진지한 사고작용과 해석과정을 동반하는 감정이에요. 독서를 하거나 춤을 추는 등 자신의 강점과 미덕을 발휘하여 몰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어요. 때문에 쾌락보다는 조금 더 얻기 어렵죠.

 

   그럼 얻기 쉬운 쾌락만으로 행복을 누리며 살면 편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쾌락만으로 구성된 행복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어요. 우선 쾌락은 습관화되기 쉬워요. 습관화란 어떤 행동에 적응하게 되는 인간의 특징을 뜻해요. 어떠한 행동 뒤에 얻는 쾌락, 만족 등의 정서를 생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신경 세포가 자극을 받은 후에 나타나는 반응을 뜻해요. 그런데 신경세포에는 똑같은 자극에 대해서는 잠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잠깐의 ‘불응기’가 존재해요. 한 번 자극을 받으면 일정 시간 동안에는 이전과 같은 자극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죠. 이를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습관화’라고 해요. 만약 특정 영상을 보고 즐거움을 얻었는데, 바로 똑같은 영상을 다시 본다면 이미 습관화되어 이전과 똑같은 재미를 얻지 못하겠죠. 그렇기에 전과 비슷한 쾌락 반응을 보이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해요.

 

   이것이 계속되면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쾌락을 계속해서 느끼기 위해 자극을 억제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열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강화되면 이제는 쾌락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열망 자체를 억제하지 못해서 자극을 일으키는 행동을 반복해요. 이것이 셀리그만이 말하는 중독의 기제입니다. 모기에 물렸을 때 긁고 싶은 갈망 때문에 가려움증이 사라질 때까지 참지 못하고 긁는 예시가 가장 와닿을 것 같네요. 인스타그램의 릴스를 계속 내리며 맹목적으로 보는 행위도 이에 해당하고요. 심각하게는 약물중독의 기제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셀리그만은 쾌락의 쉬운 중독 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쾌락 경험의 시간 간격을 넓혀 습관화의 여지를 줄이라고 조언합니다.

 

   중독 가능성 외에도 쾌락만으로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쾌락만으로는 심리적 자본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심리적 자본은 발전을 위해 미래에 투자하는 심리적 재원을 말해요. 쾌락은 순간적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형성하는 원료로 사용되지 않아요, 반면 몰입을 통한 만족은 좀 더 깊은 사고작용을 통한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해 심리적 자본으로 사용될 수 있어요. 몰입 그 자체를 심리적 성장의 정신상태로 볼 수도 있죠. 한 연구는 몰입 정도가 높은 10대와 몰입 정도가 낮은 10대를 비교했어요. 몰입 정도가 낮은 10대는 여가 시간에 쇼핑, TV 시청, 친구들과의 만남 등 즐거움이 큰 활동을 위주로 했으나, 몰입 정도가 높은 10대는 스포츠, 숙제하기 등 당장은 재미없으나 미래에 더 크게 보상받을 수 있는 활동을 위주로 했어요. 그리고 두 집단을 비교했더니 몰입 정도가 높은 10대의 집단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했다고 하네요.

 

   행복을 얻기 쉬운 방법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심리적 자본이 형성되지 않아 나의 강점과 미덕이 사라질 수 있어요. 또한 우울증의 주요 증상에는 자신의 느낌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그것을 미래의 삶 등 모든 활동에 투사하여 슬픔을 증폭시키는 ‘자아도취’가 있는데, 완전 몰입을 통한 만족은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도록 해요. 따라서 얻기 쉬운 쾌락적인 활동에 집중하기 보다는 몰입을 통한 만족을 얻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만족의 핵심인 몰입은 어떤 일에 완전히 심취할 때 느끼는 상태로, 개인은 자신의 강점과 미덕을 몰입하여 실행하는 것을 통해 만족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이에는 기술과 노력, 도전이 필요하며, 실패할 수도 있는 얻기 어려운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자본을 형성하여 행복한 삶의 핵심적인 키가 되는 중요한 부분이죠.

 

   셀리그만은 완전 몰입을 통한 만족으로 행복을 키워나갈 것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자신의 강점을 알고 계발하기를 권유합니다. 긍정심리학의 24가지 강점 중 자신의 TOP 5 강점을 알고 이와 관련된 강점 연마를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하여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펜실베이니아 대학 홈페이지(https://www.authentichappiness.sas.upenn.edu/testcenter) 또는 한국긍정심리연구소 홈페이지(http://www.kppsi.com/main.php?location=positive4)의 ‘VIA 강점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확인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보세요!

 

강점 설명 및 긍정심리학에 대해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책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을 추천합니다!

멍 때릴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컨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이따금 자신도 모르게 멍을 때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주 재미없는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때 그렇죠. 그런데 이렇게 멍을 때릴 때,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들이 있습니다. 뇌과학자들은 이들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라고 부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은 원래 뇌인지과학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어요. 사실 디폴트 네트워크는 우연히 과학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었죠. 일반적인 뇌인지과학 실험은 피험자로 하여금 어떤 과제를 하게 하고, 이때 fMRI 등을 동원해 뇌 영상을 찍어 해당 과제와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연결시킵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연구를 위해서는 피험자가 그러한 과제를 하지 않을 때, 즉 통제 조건의 뇌 영상을 찍어 이를 과제를 수행할 때의 뇌 영상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피험자에게 그냥 + 모양의 격자점을 바라보게 했을 때 뇌 영상을 찍어 이를 과제 수행 시 뇌 영상과 비교하죠.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만약 A라는 과제를 할 때 B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면 A를 하지 않을 때 뇌의 상태는 다른 부분은 동일한 채 B의 활성화만 없어진 상태일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통제 조건의 뇌 영상을 들여다보니 B의 활성화가 없어지는 것 외에도 다른 뇌 영역들의 활성화가 나타났습니다. 즉 뇌의 어떤 영역들은 피험자에게 아무 과제도 주어지지 않았을 때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자극이 발생하면 억제되었던 것이죠. 이상함을 느낀 연구자들은 그동안의 뇌인지과학 연구들에 대한 메타 분석과 추가 연구들을 통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규정했습니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영역은 다양하지만, 특히 내측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 후측 대상 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 그리고 각회(angular gyrus)가 네트워크의 핵심 허브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영역들이 각자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는 점입니다. RL Buckner 등(2008)은 디폴트 네트워크도 하나의 총체를 이루어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이 사실은 뇌가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보여줘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사실 뇌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죠. 멍 때리는 동안 우리 생각이 점심 메뉴 선정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이 생각 저 생각 옮겨 다니는 걸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디폴트 네트워크 분야에서 이런 생각들은 즉흥적인 인지(spontaneous cognition) 혹은 자극 독립적 사고(Stimulus Independent Thoughts)라는 용어로 표현됩니다. 그간의 연구를 통해 자전적 기억, 미래에 대한 상상, 마음 이론, 도덕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이 디폴트 네트워크에 포함된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멍 때리는 상태에서도 사실 뇌가 꽤 중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했어요. 특히 Buckner에 의해 제기된, 알츠하이머가 디폴트 네트워크의 위축 및 이상과 관련 있다는 가설은 인간의 인지 체계에서 디폴트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답니다.

 

한국대학생심리학회의 학회원들이 집필한 심리학 뉴스레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이번 주 뉴스레터를 읽고 남기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위 링크를 통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