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4월 첫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을까?

2️⃣ 정말로 '돈이나 많이 벌면' 좋을까?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살면서 누군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미웠던 적이 있나요?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아무도 나만큼 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데도 말이에요. 아마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일 거예요. 하지만 보편적이라고 해서 꼭 편안한 것은 아니죠. 다른 사람을 이유 없이 미워하는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그러면서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왜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가 참을 수 없이 싫어지게 될까요? 이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만약 융(Jung) 학파의 분석가들이 이 질문을 받는다면, 그들은 아마도 이렇게 답할 겁니다.

 

 “그 사람이 당신의 그림자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우선 스위스의 정신분석 심리학자 칼 G. 융(Carl G. Jung)이 고안한 ‘그림자’라는 개념과 ‘그림자’와 ‘페르소나’의 관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융은 그의 이론에서 ‘그림자’와 ‘페르소나’라는 한 쌍의 대극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중 비교적 더 널리 알려진 개념은 페르소나에요. 라틴어로 배우의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교적 세계에 나갈 때 걸치는 얼굴, 곧 사회적 성격을 뜻해요. 페르소나는 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지거나, 또는 개인의 사회적 목적과 열망에 맞춰지죠.

 

 반면에 그림자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 ‘드러내도 되는 나’인 페르소나와 대극을 이뤄요. 그림자는 우리가 빛을 향해 걸을 때 미끄러지듯 뒤를 따르는 우리 자신의 이미지에요. 그림자 속에는 사회적으로 드러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무의식적 판단하에 외면해둔 인격, 즉 ‘억압된 나’가 숨어 있답니다. 우리는 평소 자신의 그림자를 인식할 수 없어요. 자아(ego)가 그림자가 무의식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방어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언제 자각할 수 있을까요? 바로 그림자가 외부로 투사될 때예요. 투사란 개인의 성향인 태도나 특성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심리적 현상이에요. 그림자가 무의식적으로 타자에게 투사되면 나오지 못하도록 방어하던 그림자가 타자를 통해서 확인되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어떤 태도나 성격 등을 지닌 사람을 유달리 싫어하는 경우를 떠올려 봐요. 이런 강한 감정적 반응은 보통 타자에게 그림자가 투사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서 자신의 그림자와 연관된 모습을 발견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자신의 그림자를 자극하는 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불쾌해지는 거랍니다.

 

 그렇기에 때때로 누군가를 유난히 싫어하게 되는 경험은 우리의 그림자를 포착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어요. 융은 인간이 진정한 자기(self)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포용하여 페르소나와 통합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가 참을 수 없이 싫어진다면, 그 사람을 미워하며 시간을 쓰기보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어떨까요? 그 사람의 어떤 모습이 구체적으로 거슬렸는지, 내 안에 비슷한 모습이 억압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보세요. 자기 수용을 향해 다가서는 한 걸음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문화심리학을 접하게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 재력에 대한 관심, 과시욕 같은 것들이요. 또, 종종 보게 되는 자극적인 제목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살면 30억 준다고 했을 때 할말,’ 돈과 행복을 저울질하는 글들입니다. 댓글은 볼 필요도 없습니다. 입을 모아 당연히 하겠다는 사람이 열에 아홉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인지, 근 20년 간 한국에서는 전문직 선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보증수표는 전문직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현상이죠(그렇지만 심리학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은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돈을 덜 중시할 거라는 발칙한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Kollmann, Stockmann, Kensbock, Peschl(2020)에 따르면, 직장 생활 시 돈이 만족도에서 차지하는 정도는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습니다.

 Kollmann 등(2020)은 동기 이론 중 공정성 이론을 바탕으로 주니어와 시니어의 직무만족을 살펴봅니다. 사장들은 늘상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수익을 많이 낼까’와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동기(motivation)는 조직심리학에서 매우 유서 깊은 개념입니다. 그만큼 관련 이론도 많은데, 공정성 이론은 업무에 투입하는 inputs(주로 노력), 그에 따른 outputs(주로 돈), 그리고 그 사이의 불균형, 총 세 가지 개념으로 동기부여 과정을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나의 노력에 비해 돈을 적게 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과소보상 상황에서는 직원의 동기가 감소할 것이라는, 매우 직관적인 이론입니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Kollmann 등(2020)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업무에 들어가는 자신의 기여도, 즉 inputs에 따라 직무 만족도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이 들인 노력보다 많은 보상을 받는 과대보상에 매우 불편함을 느꼈다고 해요. 참 신기한 일이죠? 사람이라면 으레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어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마치 요즘 MZ세대처럼요.

 MZ세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주니어 사이에서는 우리가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받는 보상에 따라 직무 만족도가 달라졌고, 과소보상에 매우 큰 감정적 동요를 느꼈습니다. 과대보상을 불편해하는 윗 세대와 과소보상에 더 민감한 젊은 세대,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요?

 글쎄요. 여기서부터는 추론의 영역입니다. 저자들은 연령주의(ageism)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나이가 들면 일을 잘 못하고 기능을 잃는다는 연령주의가 서구에 만연한 나머지, 그 편견에 속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자 일에 더 매진하게 된다는 설명이죠.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만 돈이 주는 만족감은 효력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혹은 발달심리학 관점에서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미래를 위한 자원보다는 현재의 만족, 즐거움을 중시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유를 살펴보는 건 차치하고, 한국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요? 그것도 꽤 일리 있는 의견이네요. 그럼, 거기서부터 시작해보자고요. 다음 조사와 연구는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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