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신화에서 사람은 종종 나무에 비유됩니다. 칼 융도 <레드북>에서 ‘우리는 삶의 법칙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처럼 성장해야 한다’는 표현을 썼지요. 우리 선조들이 사군자라는 4가지 식물에서 ‘군자’라는 완전한 인격의 특징을 찾았다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그렇다면 사람-나무 비유를 확장시켜, 여러 심리 이론을 나무의 생장 과정에 빗대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의 질문을 가져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나무에 적용해서 이해해봅시다. 아들러는 사람이 열등감을 경험하게 되면 이를 보상하고자 우월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태도가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면 신경증이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열등함을 우월함으로 보상하는 전략’은 생각보다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전략입니다. 가령, 다양한 동물들이 자신의 열등한 특성을 감추고자 독을 품거나, 뿔이나 단단한 피부를 가지는 쪽으로 진화한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나무도 특정 가지가 부러지면 다른 쪽 가지의 생장이 빨라지고, 빛의 유무에 따라서 가지를 뻗는 방향과 길이를 달리 합니다. 이는 운동을 못하는 아이가 그만큼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자신의 부족한 면을 인식하면 다른 분야에 더 부단한 노력을 쏟는 사람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두 번째로 칼 융이 말한 개성화 과정을 나무에 적용해서 이해해봅시다. 융은 사람이 인생 전반에 걸쳐 ‘자기’라는 이상적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과정을 ‘개성화 과정’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개성화 과정은 나무에 비유하자면 ‘여러 방향으로 골고루 가지를 뻗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열등감을 우월감으로 보상하는 단계를 넘어 열등감을 직접적으로 보완하는 단계인데, 해당 과정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는 우월하고 다른 분야에는 열등한 불완전한 상태에서 벗어나,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능력을 발달시킨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들이 특정 나무를 신수로 여기고 숭배하는 수목숭배 신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숭배했던 나무는 한 쪽 가지는 짧고 다른 쪽 가지는 길다란 기형적인 형태의 나무가 아니라, ‘크기가 크고 사방으로 골고루 가지를 뻗은 온전한 형태의 나무’였을 것입니다. 즉 온전한 사람에 대한 열망이 온전한 나무의 숭배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위대한 심리학자 칼 융은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온전한 사람이 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의 과업인 것 같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다보면 특히 정신분석학자들의 심리 이론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들을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나무에 빗대어 생각해본다면 정신분석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로써 저의 짧은 탐구를 마치고자 합니다.

참고문헌

알프레드 아들러. (2015). 왜 신경증에 걸릴까. 에쎄.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이유를 고민하면서, 이는 인간의 욕망이 적절한 방식으로 표출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라캉의 욕망이론을 활용하여 반사회적 행위와 욕망의 관계를 분석하고 행위의 이유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라캉의 욕망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정신계 이론을 살펴보면, 그는 인간의 정신계를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의 세 가지 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첫 번째로 상상계는 개인의 내면 세계에서 가장 초기에 형성되는 계입니다. 이는 간단히 설명하면 어린아이가 세상의 질서를 배우기 이전에 자기 나름대로 정립한 자신과 세계에 대한 환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현실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두 번째 상징계에서는 그 어린아이가 언어를 학습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규범과 더불어 타자가 바라보는 세계에 대해 알게 됩니다. 즉 상징계로 들어서는 것은 자기 나름의 세상을 구축한 어린아이가 진짜 세상의 질서를 배우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상징계는 상상계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는데, 이때 두 계 간의 괴리로 인해 튕겨져 나온 것들이 마지막 계인 실재계에 해당합니다. 간단히 말해 어린아이가 스스로 정립한 세상에 대한 환상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 그 현실에서는 반영될 수 없는 환상이 속하는 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실재계에 해당하는 것은 상징계, 곧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라캉에 의하면 인간의 자아는 사회 규범과 구조 등에 의해 깎여나가면서 구성되는 것이고 이것이 곧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입니다.

   이제 각각의 계에서 인간의 욕망이 나타나는 과정을 보겠습니다. 라캉은 인간이 원하는 것을 욕구, 요구, 욕망으로 나누어 정의합니다. 우선, 상상계에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인 욕구는 상징계에서 사회에 대한 요구로 발전하고, 그 요구가 사회적 규범과 충돌하면 욕망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욕구는 인간 모두가 타고나는 것인데, 여기에는 사회에 의해 수용될 수 있는 것들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떠올리는 모든 원하는 것이 욕구입니다. 그리고 그 중 수용되지 않는 것들이 ‘욕망’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라캉이 정의하는 ‘욕망’은 사회에서는 실현이 불가한 것들이기에 결국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욕망은 실재계로 침전되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인간이 정신적으로 무방비해질 때 현실에 도달하여 반사회적 행위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인간의 욕망은 상징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절되며, 이는 개인이 사회적 규범과 현실의 제약 속에서 원하는 바를 적당히 표출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원인과 맥락에 의해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반사회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기의 부적절한 사회화나 개인의 내면 충동을 충족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의 결여, 개인적인 어려움 등이 욕망의 부적절한 표출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즉, 라캉의 관점에서 반사회적인 행동은 개인의 내면 세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복잡한 조합에 기인한 부조화된 욕망의 결과로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론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반사회적 행위의 관계를 설명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반사회적인 행동에 대해 그 이유는 이해해볼 수 있으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반사회적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다루는 과정 역시 심리적인 지원과 교육, 상담, 심리치료 등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욕망과 충동을 더 적절하게 조절하고 현실적인 수단을 찾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강조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  아들러의 이론에서 사람들이 자기의 가능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성화 과정은, 개인이 열등감을 경험한 영역에 한하여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 라캉의 관점에서 인간의 반사회적 행동은 사회적 규범과 현실적 제약의 학습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조절되지 못하여 현실로 표출된 욕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