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번째 심터-우리는 단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할까, 문장의 중의성 무엇이 결정할까

안녕하세요. 심터의 3월 셋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2024. 3. 11.

오늘의 에디터 - 강현주

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3월 셋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는 단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할까?

2️⃣ 문장의 중의성 무엇이 결정할까?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단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할까?

한국대학생심리학회 4.5기 남지원

들어가며

1. 우리에게 글을 읽고, 말을 듣고 이해하는 행위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말의 인식과 처리의 과정을 잘 의식하지 못합니다. 이렇듯 행위자 스스로도 의식하기 어려운 단어 인식의 과정에 대해서 어떤 연구적 설명이 존재할까요? Semantic Priming 원리를 바탕으로 단어 인식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말 – 글’ vs ‘말 – 코끼리’: Semantic Priming의 원리
2. 우리는 여러 단어들이 저장되어 있는 기억 속에서 필요로 하는 목표 단어를 꺼낼 때 오직 그 단어만 인출해내지 않습니다.
3. 우리의 머릿속에는 여러 단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4. 의미가 유사하거나, 소리가 유사하여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단어들이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고 순차적으로 활성화됩니다.
5. 이러한 현상을 Semantic Priming 현상이라고 합니다.
6. Semantic priming은 쓰여진 글을 읽을 때나, 발음된 말을 들을 때 모두에서 발생하죠.

Semantic Priming: 활성화(facilitation)와 억제(inhibition)
7. Semantic priming은 단어의 facilitation과 inhibition 양 측면을 가져옵니다.
8. 연상되는 단어들의 활성화로 목표 단어 뿐만 아니라 다른 단어들에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facilitation을 일으킵니다.
9. 반면, 이 연상되는 단어들로 인해 오히려 정확한 목표 단어에 접근하기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inhibition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단어 억제는 의미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보다 형태적으로 유사한 단어들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10. 한편, 단어 활성화의 경우 목표로 한 타겟 단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단어까지도 중간 단어를 통해 활성화되는데, 이를 mediated semantic priming이라고 합니다.
11. 예를 들면, ‘사자’라는 타겟 단어에서 연상되는 ‘호랑이’라는 중간 단어를 통해 또 다시 ‘줄무늬’라는 단어가 연상된다는 점에서 ‘사자’라는 단어에서 ‘줄무늬’라는 단어도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12. 하지만 이 연결고리의 활성화가 무한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13. 각 고리로 연결된 단어들을 순차적으로 (고리를) 지날수록 전달되는 활성화 에너지의 정도가 줄어들며, 어느 지점부터는 거의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활성화 에너지가 전달됩니다.

14. 이때 우리 머릿속 단어 연상의 단계가 끊기는 것입니다.

마치며
15. 이것으로 우리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말과 글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다뤄보았습니다.
16. 그토록 짧은 순간에 거치는 여러 단계와 수 많은 단어들의 고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7.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수 있었던 말의 세계,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참고문헌

Julie Sedivy, Language in Mind: An Introduction to Psycholinguistics 2nd Edition (New York : Oxford University Press, 2020), pp.548~602

문장의 중의성 무엇이 결정할까?

한국대학생심리학회 4.5기 오수빈

들어가며

1. 우리는 종종 한 번에 이해가 가지 않아 여러 번 읽어보아야 하는, 모호한 문장을 맞닥뜨리곤 합니다.
2. 많은 언어심리학자들이 문장의 중의성에 관심을 가져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이 중의성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확인되어 정리된 바 있습니다.
3. 오늘은 중의성으로 인한 문장 이해의 어려움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요소 중 동사의 특성 한 가지를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사의 자릿수: 중의성을 판단하는 요소
4. 그 특성은 바로 동사의 ‘자릿수’입니다.
5.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 문법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인 ‘자릿수’를 가져와보았는데요.
6. 서술어의 자릿수란 서술어가 문장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문장 성분의 개수를 이야기합니다.
7. 이 개념은 영어의 동사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8. 가령 ‘bite’라는 동사는 ‘행위를 하는 주체’와 ‘행위를 당하는 객체’를 필요로 합니다.
자릿수로 중의성을 판단하기: 1) 중의성이 없는 문장
9. 그래서 이 자릿수가 문장의 중의성을 판단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10. 한번 예시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11."The treasure buried in the sand was lost forever."
12. 이 문장은 중의성을 지니지 않은 문장입니다.
13. 우리가 이 문장을 읽었을 때 헷갈리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4. 가장 일반적이고 익숙한 문장 구조의 주어 자리[가장 첫 번째 자리]에는 ‘행위를 하는 주체’가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15. 하지만, 'The treasure’가 ‘buried’라는 행위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습니다.
16.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The treasure’를 ‘행위를 당하는 객체’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릿수로 중의성을 판단하기: 2) 중의성이 있는 문장
17. 그렇다면 이제 또 다른 문장을 한번 읽어봅시다.
18. 'The dog walked to the park wagged its tail happily.'
19. 이 문장은 앞선 문장보다 모호성이 강합니다.
20. 그 이유를 한 마디로 말해보면 ‘The dog’라는 단어를 ‘walked’라는 행위를 하는 주체인 것으로 생각하고 읽어도 일단은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21. 다만 문제는, 'wagged’가 나오는 부분까지 읽는 순간 발생하게 됩니다.
22. 'The dog’를 ‘walked’의 주체로 둔다면 영어 문법상 ‘wagged’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죠. (cf. 접속사 누락)
23. 다시 말해, 'The dog’는 ‘walked’라는 행위의 객체임과 동시에 ‘wagged’라는 행위의 주체이며, 직역하자면 ‘공원으로 걷기를 당하는 개가 자신의 꼬리를 행복하게 흔들었다’라고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치며
24. 언어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문장의 중의성’ 개념이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는 중의성과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5. 저 역시도 이 뉴스레터를 쓸 때 참고한 책인 Julie Sedivy의 <Language in Mind: An Introduction to Psycholinguistics>에서 처음 중의성에 대한 챕터를 읽기 전에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같은 문장이 나오기를 기대했으니까요.
26. 언어 심리학의 ‘중의성’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의 Chapter 9. Understanding Sentence Structure and Meaning을 한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7. 동사의 구조적 특성, 문장 구조의 빈도, 맥락의 중요성과 시각적 정보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장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과 여러 실험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28. 이번 뉴스레터가 여러분의 언어심리학에 대한 관심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네요!

참고문헌

<Language in Mind: An Introduction to Psycholinguistics>, Julie Sedivy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