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심터-외국어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인간의 '줏대 없음'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심터의 5월 셋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2023. 5. 15.

오늘의 에디터 - 조성은

님, 안녕하세요. 국내외 심리학 관련 학술 논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전달하는 심터의 5월 셋째 주 뉴스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달해 드릴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외국어는 사람들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 줏대 없는 인간?

그럼 오늘의 심터 시작하겠습니다!

외국어는 사람들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국대학생심리학회 3.5기 오수빈

외국어 공부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경험해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이 ‘외국어’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질문을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선택을 모국어로 하는지, 외국어로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까요? 언어가 달라진 것뿐이니 선택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까요? 혹은, 외국어가 모국어보다 어려우니 덜 논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오늘의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실험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 실험은 위험(risk)을 어떤 방식으로 프레이밍(framing)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점을, 두 번째 실험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를 확인하는 것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첫 번째 실험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

실험에 앞서, 위험 프레이밍(risk framing)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시를 보시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사람들은 이득의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을 피하려 합니다. 반면에, 손실에 관해서는 불확실성을 선호해요. 가령 사람들은 ‘600명 중 200명을 구하는 것’을, ‘600명 모두를 구하거나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것’보다 선호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을 피하는 거죠. 그러나, 똑같은 상황을 손실의 측면에서 서술한다면 – 다시 말해 ‘600명 중 400명을 잃는 것’과 ‘600명 모두를 잃거나 아무도 잃지 않는 것’ 사이에서는 후자를 선호한다는 것이죠. 모두 이해가 잘 되었나요? 분명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건데, 그 표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이제, 실험과정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실험 참여자 집단은 임의로 둘로 나뉘어 각각 모국어, 외국어로 질문에 답하는데, 그 질문은 다음과 같아요(이해를 위해 한국어로 번역하였습니다).

“최근 위험한 신종 질병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약이 없다면, 40만 명의 사람들이 그것으로 죽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두 가지 종류의 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A약을 선택한다면, 20만 명의 사람들이 살 수 있을 것입니다. B약을 선택하면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33.3%, 60만명이 죽을 확률이 66.6%입니다.

어떤 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결론을 말씀드리면, 놀랍게도 이 실험은 앞서 이 글에서 예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여줬는데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주어진 질문을 보고 결정을 내렸을 때, 프레임(손실 위주로 설명한 것과 이익 위주로 설명한 것)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즉, 사람들은 외국어로 생각할 때 더욱 체계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거죠. 놀랍지 않나요?

최근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빈도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외국어로 생각하는 것은 분명 사람들의 인지적인 부담을 증가시키죠. 누군가에게는 외국어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각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밝혀낸 사실처럼, 어쩌면 외국어는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가능성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이번 논문의 소개로, 더 지혜롭고 적절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Keysar, B., Hayakawa, S. L., & An, S. G. (2012). The Foreign-Language Effect: Thinking in a Foreign Tongue Reduces Decision Biases. Psychological Science, 23(6), 661–668.

줏대 없는 인간?

한국대학생심리학회 3.5기 안태호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 “판단”은, “일관적”일까요? 이를테면, 피겨 심사위원들은 같은 동작에 항상 같은 점수를 부여할까요? 또, 축구 심판들은 옐로우 카드를 공정하게 주는 걸까요? 조금 다르게, 방사선 전문의들은 종양을 확실히 구분할까요? 우리 판단은 꽤나 일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판단은 왜 일관적이지 못한 걸까요?

사람들은 어떤 사례에 대해서 시대나 장소와 관계없이 항상 동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라, 해당 사례를 둘러싼 맥락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2018년 Science지에 실린 Levari 등의 연구는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가하는 자극을 감소시키면 참가자들은 그 자극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극의 우세성(prevalence)에 따라 해당 자극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을 “Prevalence-induced Concept Change”라 부른답니다.

해당 연구에는 이런 Concept Change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색깔 자극을 사용했습니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연구자들은 연속선상에 보라색에서부터 파란색으로 구성된 6개의 점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왼쪽 3개는 보라색, 오른쪽 3개는 파란색)

이때, 참가자들은 주어지는 자극의 파란색 우세성(prevalence)에 따라 두 개의 집단(파란색의 제시 비율이 줄어드는지의 여부에 따라)으로 나뉘었습니다. "우세 감소 조건"에서는 위 사진의 오른쪽 3개 원에 해당하는 파란색 자극 제시 비율이 시행마다 줄어들었고, "우세 안정 조건"에서는 보라색과 파란색 자극을 동일한 비율로 제시하였습니다. 우세 감소 조건(decreasing prevalence condition)에서는 전체 1000번의 시행 중 우측 3개 파란색 자극 제시 비율을 점차 줄인(50%→40%→28%→16%→6%)반면, 우세 안정 조건(stable prevalence condition)에서는 보라색과 파란색 자극을 동일한 비율(50%)로 계속해서 제시하였습니다.

실험 이후에는 “참가자들이 자극을 초반에 파란색으로 판단한 비율”과 “같은 참가자가 후반에 파란색으로 판단한 비율”을 비교했는데, 우세 안정 조건에서는 초반에서 보라색으로 보았던 점을 동일하게 후반에서도 보라색으로 판단했지만, 우세 감소 조건의 참가자들은 초반에 보라색으로 보았던 점들을 후반에는 파란색으로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파란색 자극이 감소되자 참가자들은 파란색의 개념을 확장시켜 이전에 보라색에 해당되었던 자극들까지 파란색의 개념에 포함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해당 연구는 색깔 자극(단순한 개념)뿐 아니라 “위협적인 얼굴 인식과 윤리적인 연구 제안서(복잡한 개념)에 대한 판단”과 같은 어려운 개념 맥락에서도 Prevalence-induced Concept Change가 나타나는지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색깔 자극 실험과 같은 양상을 보였는데요, 사람들은 위협적인 얼굴이 줄어들자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던 얼굴도 위협적인 얼굴로 판단하기 시작했고, 비윤리적인 연구 제안서가 줄어들자 윤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제안서들까지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감소하는 맥락에 대해 개인이 개념을 확장시킴으로써 해당 개념의 사례가 감소하는 것을 가려버리고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석했답니다.

이를 정리하자면, 우리는 개념을 고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개념에 해당하는 사례가 줄어든다면 그에 따라 개념의 범주를 확장시켜 이전과 다르게 판단하게 됩니다. 우리의 판단은 맥락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으며, 이런 상대성은 색깔과 같은 단순한 개념에서부터 평가 혹은 도덕적 판단과 같은 복잡한 개념에까지 이를 정도로 강력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끼칩니다. 나아가, 이런 마음 속 상대성은 세상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해로운 상황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하는 것처럼,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겠죠. 그렇기에 판단과 일관성에 대한 생각을 갖는 건 꽤나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말씀드리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참고문헌

D. Levari et al. (2018). Prevalence-induced concept change in human judgment. Science, 360, 1465-1467. DOI: 10.1126/science.aap8731.